선형계획법 기반 분산에너지시스템 최적화 - 8) 전기 부하와 냉/난방 부하를 동시에 고려 (섹터커플링)
이전 포스팅들에서는 전기 부하만을 다루었으나, 실제로는 냉방/난방/급탕 등 열 부하 또한 에너지 소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전기와 열을 모두’ 공급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최적 구성 및 스케줄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부터 열병합 발전기/ 히트펌프/ 흡수식 냉동기 등 설비 도입 고려 시,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고려하는 문제를 구성하고 풀어야 했다. 또한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점차 증가하는 재생발전의 잉여전력을 열/ 가스 등 타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 저장함으로써 화석연료 절감을 실현한다는 구상이 ‘섹터커플링’이란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전기와 냉방/난방 부하를 동시에 충족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설명한다. 우선 관련 설비 각각에 대해 설명 후, 선형계획법 문제를 설명한다.
가장 간단한 케이스: 전기로 냉방 공급, 연료로 난방 공급
가장 간단한 케이스는, 일반 사무용/ 조명/ 기계 부하 및 냉방기기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기는 기존처럼 수전 및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공급하고, 난방 부하는 연료를 연소하는 보일러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냉방 부하는 ‘냉방 부하를 충족시키기 위해 냉방 설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 부하’ 로써, 전기 부하에 포함된다.
보일러는 도시가스 배관망으로부터 공급받은 LNG(액화천연가스) 또는 용기 단위로 구입한 LPG(액화석유가스) 연료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난방부하 $ q_{\text{load.h}}[t]$를 충족한다 (아랫첨자 h는 heating).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연료의 에너지 $f_{\text{boiler}}[t]$ 를 실제 활용가능한 열에너지 $q_{\text{boiler.h}}[t]$로 변환 시의 변환계수(효율) $\eta_{\text{boiler.h}}$ 를 고려한 변환 식이 필요하다.
$ q_{\text{boiler.h}}[t] = \eta_{\text{boiler.h}} f_{\text{boiler}}[t] $, $ q_{\text{load.h}}[t]=q_{\text{boiler.h}}[t]$
또한 목적함수에 연료의 요금 $\sum_{t} c_{\text{fuel}}[t]f_{\text{boiler}}[t]$도 추가해야 한다. 도시가스의 경우, 용도 및 계절별로 요금이 다르다.
(주의해야 할 점: 일반적으로 보일러 효율을 표시할 때는 보통 ‘저위’발열량 (Lower Heating Value) 기준으로 표시하나, 도시가스 공급업체에서 명시하는 열량은 ‘고위’발열량 (Higher Heating Value) 기준으로 기재한다. 그러므로 고위발열량을 저위발열량으로 변환 후 난방부하 충족량 및 요금 계산을 해야 한다.)
전기/열 간 섹터 커플링: 히트펌프, 흡수식 냉동기, 열병합 발전
사실 위의 시스템은 섹터’커플링’은 아니다. 수전을 포함한 전기 공급 설비들의 용량 및 스케줄을 결정할 때 난방 부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보일러의 용량 및 스케줄을 결정할 때 전기 부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기와 냉/난방 부하 및 공급을 동시에 고려해서 설비 별 용량 및 스케줄을 결정해야 하는 시스템은, 전기로 냉방 뿐 아니라 난방까지 하는 히트펌프, 온열을 냉열로 변환하는 흡수식냉동기,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 발전기 등을 포함한다.
건물 내 전기/ 냉방/ 난방 에너지를 동시에 공급하는 시스템 예시.
해당 설비들은 에너지 분야 종사자가 아닌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으니, 약간 자세히 설명한다.
1) 히트펌프 (Heat pump)
히트펌프는 전기로 구동되어 여름에는 냉방을 하고 겨울에는 난방을 하는 일체형 설비이다. 아래 그림의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해당 설비는 대개 하절기 냉방 뿐 아니라 동절기 난방도 가능하다.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히트펌프의 일종이다.
출처: https://xn–oh5b1bt10b10b34a.com/article/%EC%84%A4%EC%B9%98%EC%82%AC%EB%A1%80/4/12/
최근에는 건물 냉/난방용 뿐 아니라, 대규모 히트펌프를 구축해 지역난방 혹은 산업체 대상 열 공급에 이용하며 풍력 발전 단지 등의 잉여 전력을 열로 변환시키는 섹터커플링 아이디어가 유럽을 필두로 구체화되고 있다 (해당 연구의 22페이지 참고).
2) 흡수식 냉동기 (Absorption chiller)
흡수식 냉동기는 전기가 아니라 고온의 열을 입력받아 냉방을 수행하는 설비다. 히트펌프의 경우 냉방설비 내부에서 압축기를 통해 냉매가 순환하지만, 흡수식냉동기에서는 흡수용액이 증발/응축 과정에 의해 농도가 변하면서 순환되기 때문에 ‘흡수식’냉동기로 불린다. 기기의 규모가 커서, 주로 중/대형 빌딩에 쓰인다.
흡수식 냉동기 설치 현장.
출처: http://www.kme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979
흡수식 냉동기는 전기 대신 가스보일러 등으로 생산된 온열을 이용해 냉방을 한다는 측면에서, 건물 입장에서는 전기 기본요금 절감 수단이자, 국가적으로는 하절기 전력 수급 부담 완화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가스가 덜 사용되는 하절기에 가스를 사용하므로, 하절기 가스 저장 시설 확보 부담 완화에도 기여한다.
그래서 이전부터, 가스냉방기기에 대한 설치장려금 등 지원제도가 지속되어 왔다.
참고로 흡수식 냉동기와 비슷하지만 다른 설비인 ‘직화식’ 흡수식 ‘냉온수’기도 있다. 이는 가스를 직접 투입해 여름에는 냉방을, 겨울에는 난방을 단일 설비로 제공하는 기기이다 (국내에서는 직화식 흡수식 냉온수기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열병합 발전기 (Cogeneration)
열병합발전기는 연료를 공급받고 이를 전력으로 변환 후, 발전기에서 나오는 미사용 열에너지(배열) 를 산업용증기/ 건물난방/ 급탕 등에 활용하는 설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열병합 발전 설비는 지역난방이다. 도심지 근처의 화력 발전기의 배열을 온수배관망을 통해 일반 수용가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지역난방 도식도. 출처:한국지역난방공사 사업소개 페이지
한국지역난방공사 파주 열병합발전소 전경. 파주 내 약 3.9만 세대에 열을 공급한다.
출처: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801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열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전기와 열을 더한 종합 에너지 효율을 70%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열을 활용하지 않고 전기 생산만 활용할 경우 에너지 효율은 대략 35~45% 정도임)
열병합 설비 활용 시 (왼쪽), 그리고 발전과 열 생산을 개별 수행 시 (오른쪽)의 에너지 흐름. 열병합 설비 활용 시 같은 양의 전기와 열 에너지 공급에 드는 연료 에너지가 더 적다.
출처: “The benefits of micro-CHP”, Cogen Europe
또한 오염물질 배출을 지역난방 사업자 소유의 단일 배출구에서 관리하므로, 각 건물이 개별적으로 보일러 난방을 하는 경우와 비교해 대기오염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주의: 여기서 열병합발전을 ‘복합화력발전’과 혼동하지 않도록 한다. 복합화력발전은 중/대형 가스터빈의 배열을 ‘증기터빈 구동’에 이용해 ‘추가적인 전기 생산’을 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는 건물용 자가 열병합발전기도, 발전기의 배열을 적당한 난방/급탕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 열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건물에 도입 시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
혹자는 건물에 설치되는 연료전지(PEMFC)를 들어보았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전기와 함께 열을 생산하고 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열병합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전기 뿐 아니라 충분한 열 수요가 있는 건물에서’만’ PEMFC가 경제적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건물임에도 PEMFC를 도입했던 건물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건물들에서는 연료전지 가동을 위한 가스요금 증가 대비 전기요금 절감이 모자라서 경제성이 없어, 설치 후 정작 가동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연료전지의 높은 설비비를 생각하면, 실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선형계획 소개 시리즈의 첫 글에서도 언급했던 관련 기사를 보면, 연료전지 도입 시부터 열 사용 계획을 세웠던 일부 초등학교와 백화점 등에서는 연료전지의 배열을 취사/ 급탕에 활용하여 난방요금까지 절감할 수 있었기에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배열을 활용하지 못해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보니, 연료전지가 가동되지 않았다.
대상 건물의 전기/ 냉방/ 난방 수요를 제대로 고려한 경제성분석을 통해, 위와 같은 문제를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이 선형계획법 소개 시리즈 글의 기법들, 그리고 필자가 (주)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과 수행해 온 업무들의 중요한 가치라 하겠다.
섹터커플링 설비를 포함하는 전기/열 공급 시스템의 수식
이제 아래 시스템을 표현하는 선형계획법 수식들을 설명한다.
건물 내 전기/ 냉방/ 난방 에너지를 동시에 공급하는 시스템 예시. 열병합발전기/ 히트펌프/ 흡수식냉동기를 포함한다.
전기부하 $ p_{\text{load}}[t]$는 계통으로부터의 수전$p_{\text{grid}}[t]$와 자가열병합발전기의 발전 $p_{\text{cogen}}[t]$에 의해 공급된다. 이 때 히트펌프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 $p_{\text{hpump}}[t]$도 공급되어야 함에 주의한다.
$ p_{\text{load}}[t] = p_{\text{grid}}[t] + p_{\text{cogen}}[t] - p_{\text{hpump}}[t]$
냉방 부하 $q_{\text{load.c}}[t]$ (아래첨자 c는 cooling) 가 있는 기간에는, 냉방 부하가 히트펌프의 냉방 $q_{\text{hpump.c}}[t]$와 흡수식 냉동기의 냉방 $q_{\text{absorp.c}}[t] $로 충족된다.
$ q_{\text{load.c}}[t] = q_{\text{hpump.c}}[t] + q_{\text{absorp.c}}[t] $
냉방 수요가 있는 기간이더라도 온수 등의 일부 난방 수요 $q_{\text{load.h}}[t] $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보일러의 열 $q_{\text{boiler.h}}[t] $와 열병합 배열 $q_{\text{cogen.h}}[t]$로 공급한다.
$ q_{\text{load.h}}[t] = q_{\text{boiler.h}}[t] + q_{\text{cogen.h}}[t] $
냉방 수요가 없는 기간에는, 보일러와 열병합 배열 뿐 아니라 히트펌프도 난방 $q_{\text{hpump.h}}[t]$를 공급한다. 흡수식냉동기는 작동하지 않는다.
$ q_{\text{load.h}}[t] = q_{\text{boiler.h}}[t] + q_{\text{cogen.h}}[t] + q_{\text{hpump.c}}[t] $
보일러와 열병합발전기는 연료 에너지 $f$를 전기/ 열 에너지로 변환한다. 연료 에너지에 변환계수(효율) $\eta$를 곱해야 한다.
$ q_{\text{boiler.h}}[t] = \eta_{\text{boiler.h}}[t] f_{\text{boiler}}[t] $
$ p_{\text{cogen}}[t] = \eta_{\text{cogen.p}}[t] f_{\text{cogen}}[t] $
$ q_{\text{cogen.h}}[t] = \eta_{\text{cogen.h}}[t] f_{\text{cogen}}[t] $
냉방 수요가 있는 기간에 히트펌프와 흡수식냉동기가 각각 전기와 온열을 냉열로 변환할 때 변환 계수를 곱해줘야 하며, 이 경우 변환 계수는 성적계수(Coefficient of Performance, COP)라 한다.
$ q_{\text{hpump.c}}[t] = \text{COP}_{\text{hpump.c}} p_{\text{hpump}}[t] $
$ q_{\text{absorp.c}}[t] = \text{COP}_{\text{absorp.c}} p_{\text{hpump}}[t] $
냉방 수요가 없는 기간에는 히트펌프가 온열을 공급하며, 온열 공급 시의 COP는 일반적으로 냉열 공급시의 COP와 값이 다르다.
$ q_{\text{hpump.h}}[t] = \text{COP}_{\text{hpump.h}} p_{\text{hpump}}[t] $
여기서 COP가 1보다 클 수 있음에 주의한다. 히트펌프와 흡수식냉동기는 ‘연료의 에너지를 변환’하는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열을 운반’하는 원리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히트펌프의 COP는 3~5 정도 범위에, 흡수식냉동기의 COP는 1.0~1.3 정도 범위에 있다.
(위 수식은 효율/COP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가정하고’ 세운 식이다. 실제로는, 부하율(정격출력 대비 실제 출력의 비율)에 따라 효율/ COP가 달라진다. 이러한 ‘부분부하 성능’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한다.)
각 설비 별 출력은 정격 출력 (용량) 내의 범위에 있어야 한다. 용량을 $s$로 나타내면, 해당 제약은 아래와 같다.
$q_{\text{boiler.h}}[t] \leq s_{\text{boiler}}$, $\, p_{\text{cogen}}[t] \leq s_{\text{cogen}}$, $\, q_{\text{hpump.c}}[t] \leq s_{\text{hpump}}$, $\, q_{\text{absorp.c}}[t] \leq s_{\text{absorp}}$
위 식에서 보일러의 용량은 난방출력 기준, 열병합발전기의 용량은 전기 발전 기준, 히트펌프와 흡수식냉동기의 용량은 냉방출력 기준임에 주의한다.
(실제로는 기동 상태에서 ‘최소로 유지해야 하는’ 최소부하율이 있는데, 이 또한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한다.)
‘시간별’ 냉방/난방 부하 정보 취득의 어려움
냉방/난방 부하를 포함하는 건물을 대상으로 선형계획법 기반의 경제성 분석을 수행하려면, 냉방과 난방의 ‘시간별’ 부하 정보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전기 사용의 ‘시간’단위 기록은 스마트미터가 있다는 전제 하에 바로 구할 수 있지만, 열 사용의 ‘시간’ 단위 기록은 보통 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월별 가스 사용량/요금 자료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에는, 대상 건물의 관리자를 인터뷰해서 열원별 가동시간 정보를 얻은 후 이를 바탕으로 시간별 사용량을 대략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실 전기 사용량도, 스마트미터가 없는 건물인 경우 월별 사용량/요금 자료만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관리자를 인터뷰해서 얻은 재실 스케줄 및 기기 가동 등 정보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부하를 추정 후, 시간별 요금제 기반으로 요금 계산 시 총 합이 고지서의 값과 거의 비슷하게 나올 때까지 부하 추정을 수정하여 최종적인 시간별 부하 추정치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01) 최소비용 시스템과 시간별 자료의 중요성
02) 배터리의 충/방전 스케줄 결정: 수식
03) 배터리의 충/방전 스케줄 결정: Python 코드 및 결과
04) 태양광과 배터리의 '용량' 결정: 목적함수 ('현재가치' 비용) 및 수식
05) 태양광과 배터리의 '용량' 결정: 코드, 결과, 투자회수기간 및 절감량 계산
06) 정수 (integer) 변수 도입으로 현실 설명력 증대
07) 공동주택의 '누진제' 전기요금 (단일계약) 수식
08) 전기 부하와 냉/난방 부하를 동시에 고려 (섹터커플링)
09) '부분'부하 성능 관련 제약들
10) 출력 조정 관련 제약들
(선형계획법 시리즈의 지식들은, 필자가 2012년부터 (주)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대표: 오시덕 박사)과 함께 선형계획법 기반으로 신재생 및 열병합 에너지 시스템 경제성분석/ 최적 에너지시스템 도출 Tool 개발/ 에너지 정책 효과 분석 관련 프로젝트들을 여러 건 수행하며 축적한 ‘기본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임을 밝힌다.)